작가노트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무엇을 어떻게 그릴 것인가’에 항상 고민한다. 작가는 유년시절 들판을 뛰어 놀면서 자연을 만끽하며 살았다. 늘 자연에 관심이 많다보니 주로 들꽃과 같은 자연의 색에서 작업의 해답을 얻었다. 어느 봄날 오후 불현듯 무채색의 주방용품이 눈에 들어왔고, 그 순간 화려한 꽃들의 색깔로 치장해 주고 싶어졌다.

십 수 년 전만 해도 우리의 주방용품들은 검정색, 회색, 흰색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주방용품을 화면에 구성하여 색을 입히는 것은 내 자신이 치유되면서 행복한 작업이었다. 주로 대상이 되는 소재는 일상적으로 쓰는 젓가락, 그릇, 찻잔 등 주방용품 매체로써, 이를 통해 일상과 예술이 하나 되는 작품을 추구하였다. 여러 가지 주방용품은 화면 안에서 조합되기도, 첨가되기도, 생략되기도 하면서 화면구성이 풍부해지는 효과를 주며, 밝고 화려한 색채는 식상하기 쉬운 요리의 행위에 즐거움과 활력을 준다. 또한 작가는 가까이 있지만 인지하지 못하는 행복을 새라는 대상을 통해 표현하며, 잘 꾸며진 공간의 곳곳에 배치하였다. 이는 작가 자신의 내면의 표출이며, 삶의 희․노․애․락을 절제된 감수성으로 나타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