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공존의 경계
사막의 뜨거운 길을 내달리던 여행의 끝에서 문득 낯익은 하늘을 베어다 놓은 듯 경계가 뚜렷한 정방형의 푸른 수면(水面)이 펼쳐지는 환영을 떠올렸다. 그것은 오래 전부터 내 영혼의 뜰에 숨겨져 있던 물의 이미지이자 현실에서 공존할 수 없는 존재들을 비추어내는 커다란 스크린이다.

나는 이미지를 생성하거나 선택하고 이들을 조율하여 새로운 서사를 표현한다.
 
내 초기 작품시절부터 지속적으로 사용해온 사막과 물의 이미지는 새로운 세계의 구축을 위해 준비된 텅 빈 캔버스 화면처럼 드넓은 현실의 공간이자 비현실의 상징적 무대이다. 이 무대 위에 동시적 공간에 함께 등장할 수 없는 이미지들이 배치되어 각각의 시각적 배역에 충실하면 화면은 낯선 비현실의 풍경으로 탄생한다.
 
그리고 이 새로운 조형적 변화의 경계를 넘어서는 순간 풍경은 이내 낯익고 익숙한 현실로 전환되어 공존의 서사를 만들어간다. 맞서듯 어우러지고 밀어내듯 서로 당기며 떠나듯 머물며 질서를 만들고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넘나들며 공존한다.

내가 만들어 가고 싶은 세계는 영혼에 잠재된 풍요와 결핍, 비움과 채움으로부터 세상의 모든 존재의 대립과 인식의 조화까지 포괄하는 것이다. 
 
내가 화면 속 이미지의 교차와 병치를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이 공존의 개념이며 내 오래된 작품의 화두 중 하나이다.

내 하늘에 보이지 않는 구름은 내 수면 위에 반영되어 부유한다.
 
내 몸은 하늘의 물에 깊이 잠기고 영혼은 물의 구름 위에 머문다.

삶은 그 무엇과의 끊임없는 공존이다. 모든 공존에는 경계가 존재한다.
그 경계의 낯섦과 불안함을 넘나들 때 비로소 삶은 자유롭게 완성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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