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N RI RA - 유기적 장면들

나의 작업은 늘 어린 시절의 나로부터 시작된다. 안락했던 유년 시절의 기억은 영원성을 부여받고 삶의 환영으로 모든 곳에 존재하며 일상과 교차한다. 삶에서 마주치는 다양한 형태의 변화와 좌절, 상실은 저녁이 되면 마땅히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처럼 나의 좌표 역시 항상 근본으로 회귀했다.

나의 뿌리에서 탄생한 새로운 원점을 만나며 나의 작업은 변곡점을 맞이하게 된다. 그것은 한없이 맑고 깊이를 알 수 없을 만큼 투명한 구슬이었다. 그 구슬은 어떤 색이 되어도 좋다는 듯 천진난만하게 세상을 볼 수 있도록 나를 이끌었다.
새로 태어난 빛을 받으며 나는 낮은 지붕이 잠들어 있는 유년의 소도시 거리에서 한 걸음씩 발을 떼었다.

정지된 시간과 흘러가는 시간 사이, 사라진 것들과 다시 구성된 것들 사이의 경계에서 무수한 점들로 끊임없이 이어진 무형의 존재들을 발견한다. 그것들은 아버지의 페인트 통, 화석이 된 신부, 할머니의 기도가 되어 화면에 등장하고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