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현미 >
다시 찾은 소중한 나의 시간
현 시대를 살아가는 기혼 여성들에게 개인의 자유로운 삶은 여전히 사치처럼 느껴질지 모른다. 이번 전시는
'다시 찾은 여성으로서의 일상'을 이야기 하려 한다. 중년이 된 지금에서야 비로소 깨닫는다. 눈부신 성취가 아니더라도,
지극히 작은 순간 하나하나가 우리 삶을 진정으로 빛나게 한다는 것을. 제 그림 속에는 여자로서, 한 인간으로서
다시 숨 쉬기 시작한 소중한 시간이 담겨 있다. 이 작업은 저의 자발적인 회복이자 삶을 새롭게 바라보고자
하는 시선의 시작이다. 이 그림들이 여러분의 빛나는 시간을 되돌아보는 공감의 언어로 다가가기를 바란다.


< 조미선 > -
꿈에 그리던 은퇴 생활은 생각만큼 꿈같지 않았다. 해방감은 잠시뿐. 오히려 내 안에서 열정과 욕망이 여전히 타오르고
있음을 강하게 느꼈다. 이루고자 하는 마음은 넘쳐나지만, 그 마음을 쏟을 대상이 사라진 순간부터 삶은
이상하리만큼 무료해졌다. 그때부터 나는 내 안의 욕망과 어떻게 함께 살아갈 수 있을지를 고민했고, 내면의 대화 과정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때로는 욕망을 억누르며 마음을 다잡고, 때로는 욕망이 이끄는 대로 몸을 움직이며, 또 때로는 서로의
속도를 맞추어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스스로를 단련했다. 공부하고, 준비하고, 연습하면서.
욕망은 억제해야 할 감정이 아니지만, 렇다고 나를 삼켜서는 안 된다. 이루고자 하는 마음과 이루기 위한 노력이
함께할 때, 삶은 다시 생동하고 방향을 가진다. 그림을 통해 나는 지금도 그 조화를 연습하고 있다.


< 조수현 >
동대문 중고서점에 무질서하게 쌓여 있던 책들에서 영감을 받았다. 시간의 무게를 머금은 듯한 그 풍경은, 오래된 기억과
축적된 삶의 흔적이 겹겹이 쌓인 장면처럼 다가왔다. 나는 그 인상을 담아내기 위해 물감을 층층이 쌓고, 책의 형태를
반복해 덧칠하며 흐르는 시간을 화폭에 옮겼다. 이 책들은 단순한 사물의 묘사가 아니라, 감정과 기억, 그리 고 삶의 소망을 품은
상징적 풍경이다. 조선 시대 책거리가 지적 욕망과 문화적 이상을 상징했다면, 저는 오늘의 책거리를 통해 우리가 간직하고
싶은 감성들을 기록하고자 한다. 전통 민화의 길상적 모티프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며, 과거와 현재의 요소가
공존하는 새로운 회화적 언어를 모색한다. 아크릴 채색과 현대적 재료의 사용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다리가 되고, 다시점 구도는
감정의 흐름을 따라 자유롭게 공간을 오갑니다. 순간의 아름다움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은 마음으로, 저는 기억의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듯 오늘의 삶을 기록하고 미래의 희망을 상상합니다.



< 최임선 >
오래도록 우리의 삶을 담아 온 자개장에 은은한 옻칠을 더해 소망의 빛을 담았다. 옻칠 위에 은은하게 스며든 자개의 빛, 꽃과 새
구름, 학,길상 문양과 장식 하나하나에 우리의 염원을 담는다. 오래전, 장 안에 넣어 둔 우리의 소망들은 현재의 바람과 다르지 않고,
학문적 성취와 부귀영화를 기원하던 책가도는 현대적인 해석을 통해 전통 민화의 상징성과 의미 있는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