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고 있었습니다_40.9x31.8cm_Oil on canvas_2022

김미성  Kim Misung

작가노트

오랫동안 간직해온 일상 속의 물건에는, 익숙한 곳에 돌아와 있는 것처럼 느껴지게 하는 소소한 위안 같은 것이 있다. 낡은 인형 하나가 과거의 작고 반짝거리며 따스한 기억의 주변을 서성이게 하며 서늘하게 부딪혀오는 일상의 상처를 따뜻하게 보듬어 미소 짓게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물건들은 오랜 시간 동안 쏟았던 누군가의 사랑과 정성이 쌓여 특유의 에너지가 있는 듯하다. 시간만이 할 수 있는 알맞게 편안한 색 바램과 반질거리는 감촉들, 눈을 감아도 느껴지는 형상들. 조금씩 스며들어 삶의 부분이 된다.

취향이라는 이름으로 곁에 두게 된, 우리가 사랑한 물건들... 눈을 맞추고, 마음을 쏟으며 바라볼 때면 문득, 안부를 묻기도 하고 사색에 잠기게 하거나 영감을 주기도 한다. 소소한 판타지에 빠지게 된다.

가을의 문턱, 뭉근하게 옆에 있어 준 물건들 사이로, 가만 가만 한 발걸음을 걸으며 지나간 날들을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