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벤더 농장_100x150cm_한지 위에 먹, 아크릴, 동양화물감_2022
‘남도 南島 - 자연으로 물들다’ 展 에 부치는 글
이번 남도풍경전은 지난 2년간 여행과 스케치를 다니면서 얻은 수확물들을 한데 묶어서 전시하는 성격으로 기획되었다. 대다수의 그림들이 남도지방의 구도를 가져온 것으로 이름 붙여진 것이다. 주로 바다와 육지가 만나는 지점에서 많은 스케치를 했던 것 같다. 바다를 끼고 살아가는 어촌의 모습들이 대부분으로 자연과 인간의 삶이 경계로 만나는 지점으로 볼 수 있다. 포구가 있고 방풍림이 어촌을 감싸고 있고 그 뒤로는 농경지가 조각으로 펼쳐져 있다. 비탈진 산을 경작하기 위해 돌을 쌓고 평지로 만들어 농사를 짓고 살아간다. 어떻게 보면 나는 그러한 자연과 인간의 경계, 혹은 대비되는 두 가지 것들이 만나는 것들에 관심이 많은지도 모르겠다.
가끔 삶은 두 가지로 양분된다고 믿는다. 음陰과 양陽이 있고 남男과 여女가 있다. 여기가 있으면 저기가 있고 살아있는 것과 죽은 것이 있다. 물론 움직이는 것과 움직이지 않는 것도 있다. 자연의 법칙으로 여겨지는 이러한 것들을 나는 그림 속에 즐겨 넣고 있다. 일종의 대응하는 내적인 힘의 균형을 유지하고자하는 소산인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자연 속에서 인간이 순응하면서 즐거움을 찾는 것이야 말로 인생의 가장 큰 행복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자연을 그리기 시작하면서부터 나는 자연이 극복의 대상으로 여겨져 스스로 괴로워했던 적이 있다. 한명의 화가로써 대상을 잘 그리고도 싶었지만 자연 앞에서 한없이 작은 인간이 초라하게만 여겨졌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런 마음을 내려놓기로 결정했다. 경직된 시절이 있었다고 고백해본다. 스스로의 해탈이랄까 자연 속에서, 그림 안에서 즐거움을 찾는 것이 좋겠다고 결심하고서 자연을 다르게 보기 시작했다. 이런 관점이 그림 속에 있다.
나는 주로 붓을 들고 화판을 메고 산과 들에 나간다. 화판을 펴고 먹물을 찍어 종이위에 대상의 윤곽을 그린다. 큰 주름을 잡은 후에 더 작은 것들을 찾아 간다. 그 주름은 준皴이다. 그리고 질감을 준다. 현장의 느낌을 전달할 목적이다. 팔을 밀었다 당겼다 붓으로 그림을 때리거나 긁거나 비빈다. 일종의 스트록을 하는 것이다. 대부분 작업실에 돌아와 채색으로 다시 완성한다. 간혹 현장에서 마무리 할 때도 있다.
누구는 이러한 일들을 ‘노가다’라고 부른다. 누구는 신선이라며 부러워한다. 나는 그 중간 어디쯤에 내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정말 행복한 일이라고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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